데이터 품질관리뿐만 아니라 지표를 통일하고 문서화하는 데이터 거버넌스(Data Governance) 작업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다. 잘 알려진 IT 대기업들조차도 데이터 분석과 활용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데이터 거버넌스를 신경 쓰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중요해지면서 조직 내 데이터 활용 수준이 높아졌고, 이제야 데이터 표준화와 품질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의 회사가 데이터 품질이나 거버넌스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지나치게 자책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기업이 기존의 시스템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야 그 데이터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는 단계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거버넌스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이유를 살펴보면 공통적인 패턴이 보인다. 데이터가 수집되고 축적되는 초기에는 당장의 서비스 운영과 시스템 장애를 방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이 과정에서 운영 담당자들은 데이터 품질이나 형식보다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즉, 개발팀이나 운영팀은 장애 없이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고, 데이터가 정확하게 기록되고 통일성이 유지되는지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또한, 서비스 운영과 신규 기능 개발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데이터의 정합성을 관리하는 거버넌스 작업까지 신경 쓸 여력이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특정 데이터 필드의 정의나 계산 방식이 팀별로 다르게 설정되거나, 동일한 지표라도 부서마다 다른 해석을 적용하는 일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활성 사용자 수(Active Users)’를 계산할 때, 한 팀에서는 최근 7일 이내 방문한 사용자를 기준으로 하고, 다른 팀에서는 30일 기준으로 계산하는 식이다. 이런 차이가 생기면 보고서나 분석 결과가 일관되지 않게 되고, 경영진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문제는 회사의 데이터 성숙도가 올라가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데이터를 활용하여 보다 정교한 인사이트를 도출하려다 보니, 데이터의 정합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데이터 거버넌스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원칙을 따라야 한다. 첫째, 데이터 정의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동일한 지표에 대해 조직 전체에서 통일된 정의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매출’, ‘고객 이탈률’, ‘전환율’ 등 핵심 지표들의 정의를 문서화하고, 이를 사내 데이터 포털이나 위키(Wiki) 등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데이터 카탈로그(Data Catalog)나 데이터 사전(Data Dictionary)을 활용하면, 각 지표의 정의, 사용 방법, 데이터 출처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둘째, 데이터 품질 검증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단계에서 오류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수집되고 저장되는 시점에서 품질을 검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데이터 필드의 값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자동으로 알림을 보내거나, 누락된 데이터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보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데이터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ELT(Extract, Load, Transform) 또는 ETL(Extract, Transform, Load) 과정에서 데이터 유효성을 점검하는 규칙을 추가할 수도 있다.
셋째, 데이터 권한과 접근 관리가 필요하다. 기업 내에서 데이터에 대한 권한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으면, 불필요한 데이터 접근이 발생하거나 중요한 데이터가 무분별하게 변경될 위험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RBAC(Role-Based Access Control, 역할 기반 접근 제어)**을 적용하고, 데이터의 수정 및 삭제 권한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또한, 민감한 데이터(개인정보, 금융 정보 등)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암호화 및 익명화 처리 등의 보안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데이터 활용성과 문서화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하는 데 집중하지만, 실제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가공되고 있는지,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사내 데이터 사용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 교육을 진행하거나, 사내 데이터 사용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결과적으로, 데이터 품질관리와 데이터 거버넌스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조직이 데이터를 신뢰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제야 거버넌스를 정비하기 시작한 만큼,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에, 이제는 데이터를 단순한 운영 도구가 아니라, 전략적인 자산으로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